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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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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일상사日常事

 

 

 

 

 

  

 

 

 

다산초당(초의선사-그림).jpg  

초의 선사가 그린 다산초당도. 초당이라는 이름처럼 초가지붕 주변에 몇 그루의 버드나무와 배롱나무가 보인다. 2001년 발견되었다. 다산과 초의선사의 교류는 승속을 떠난 제자와 스승의 만남이었다. 초의선사는 다산에게서 주역과 시학을 배웠으며 다산은 차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초가집으로 되어 있는 다산 초당에 초의 선사의 그림처럼 다산은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자신의 성품을 알고 버드나무의 부드러움을 보고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심었다고 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따라갈 수 없는 뛰어난 천재학자의 속내는 어떨까?

문학, 철학,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과학, 의학에 걸쳐 학문의 체계를 세운 대학자이자 정조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18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 냈던 다산 정약용.

역사 속에서 일구어낸 범접할 수 없는 업적 뒤에 살짝 엿보인 속내가 범부의 평범한 일상으로 다가올 때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보는 건 더욱 즐겁다.

 

 

"갈수록 거미줄이 친친 얽히어

재갈 물린 말 신세 면하지 못하리.

친하던 벗들 뒤얽혀 멀어져만 가고

세상살이 구불구불 위험해지네.”

 

 

천재학자이기도 했던 정조 임금으로부터 최고의 칭송을 들으며 대업을 완수하던 그였건만 거미줄에 얽힌 재갈 물린 말 신세라며 친한 벗들과 멀어져가는 위기감을 토로하다니! 최고의 명성과 다르게 그의 속내는 푸념하듯 시를 읊고 있다.

이런 푸념에도 후손들에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다산은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는 것이다. 기록에 대한 집념을 병폐라며 쓴 또 하나의 기록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나는 평소에 큰 병통이 있다.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글을 쓰고, 글을 쓰면 반드시 보여주는 버릇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붓을 잡고 종이를 펴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글을 쓴다. 글을 쓴 다음에는 스스로 글을 좋아하고 기뻐하며 조금 글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내 견해가 완전한 것인지 편벽된 것인지의 여부와 그 사람이 친한 사람인지 소원한 사람인지의 여부를 헤아려보지도 않은 채 급히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므로 남과 한바탕 말하고 나면 가슴속과 상자 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정신과 기혈이 모두 흩어지고 새어 나가버려, 도무지 마음속에 쌓이고 길러지는 뜻이 없다. 이레 갖고서야 어찌 심상을 함양하고 몸과 이름을 보전할 수 있겠는가. 요즘 와서 차츰 점검해보니 이는 모두 가벼움과 얕음이 원인이었다. 이는 덕을 숨기고 몸을 보전하는 공부에 큰 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비록 그 말과 글이 모두 야단스럽고 훌륭한 것이라 할지라도 점점 천하고 비루해져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여유당전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공감을 얻고 싶은 가벼움을 탓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스스로를 경계하는 대학자의 심정을 대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만 하다.

배우고 터득한 학문뿐 아니라 집안 대소사 일들까지 가감 없이 기록했기에 당시 사회상뿐 아니라 그의 내적 고민에 공감하며 살가운 이웃처럼 만나고 있으니 어찌 행운이 아니랄 수 있을까.

진지한 자기성찰과 고뇌였겠지만 이를 접하는 이들은 일개 범부의 삶과 이어주는 끈 하나가 그저 반가울 뿐.

그의 투철한 기록 정신이 아니었다면 유배기간 오백 여권이라 방대한 분량의 책을 저술하기란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기록정신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특출한 문화의 우수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직지와 고려대장경, 승정원일기,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난중일기, 일성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새마을운동 기록물의 11개의 기록물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중 8개가 조선시대 기록물로서 조선이 문에 탁월한 문화였다는 증거로 세계 6위 아시아에서는 1위이다.

 

 

 

스스로를 재갈 물린 말이라고 표현한 다산은 스물두 살 진사과에 합격하면서 정조 임금의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다음해 80여 조목으로 된 정조의 중용 질문에 답을 올린 뒤 두터운 총애를 받게 되는 일화는 유명하다.

 

성균관 생도들은 이기론과 사칠론에 대해 퇴계의 학설을 주장하였으나 다산은 율곡 이이의 학설을 옳다고 답변했다. 당시 남인들은 퇴계 이황을 따랐고 노론은 율곡 이이를 따랐는데 남인이었던 정약용은 퇴계를 따르면서도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는 인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노론이 추종하는 율곡의 주장과 장점을 인정하는 답안을 올렸던 것이다.

남인이었던 다산은 남인이면서 퇴계를 따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반대파 노론은 남인이면 정체성을 가지라며 성균관 안팎은 시끄러웠지만 정조는 일반적인 세속의 흐름을 벗어나 오직 마음으로 헤아렸으므로, 견해가 명확할 뿐 아니라 공정한 마음도 귀하다며 다산의 답변을 첫째로 삼았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왕의 총애를 받기 시작하여 이해 6월에 올린 답에는 종이와 붓을 하사받고, 다음해 2월에는 종이를, 그 달 말에는 종이와 붓을 하사받더니 4월에도 종이와 붓을 12월에도 일등을 하면서 대전통편이라는 법전을 하사받는다.

정조임금은 묻는다.

 

 

팔자백선을 받았는가?”

받았습니다.”

대전통편을 받았는가?”

, 받았습니다.”

국조보감을 받았는가?”

,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근래에 나라에서 발간한 책은 모두 받았으니 이제는 줄 것이 없구나.”

정조는 술이나 마시라며 권하고 마땅한 책이 없어 다른 책을 찾다가 다산에게 가장 취약했던 병법에 관한 책을 하사했다고 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규장각 제도를 신설하면서 특별교육을 시키는 초계문신 제도를 실시했는데 이들에게 경서를 강독하는 시험을 보게 했다. 논어 강독이 있던 전날 내각의 아전이 내일 강독할 장이라며 일러주자 다산이 반문하자 슬며시 임금의 명이라고 하였으나 이게 개의치 않고 다산은 논어 전편을 암송했다. 다음날 강독할 장은 아전이 전달했던 장과 달랐지만 논어 전편을 암송한 다산으로서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아끼는 이에게 짓궂은 시험도 일삼았던 정조는 출중한 학문도 학문이지만 이를 뛰어넘는 성실한 자세에 더없이 그에 대한 애정이 깊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왕의 총애가 깊어갈수록 주위의 시선은 따가웠다. 정조 19년 노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정조는 정약용을 지방 금정찰방으로 좌천시키기도 한다.

정조를 만나 과업을 하면서 조선의 르네상스를 꽃피웠지만 성균관 직강에 임명된 후 지은 위의 시처럼 본인이 누리고 싶은 삶은 달랐는지 모른다. 때때로 다산은 따가운 시기와 질시를 받는 숨 막히는 조정을 떠나 은거하여 학업에 정진하며 인간적인 자족의 삶을 어찌 누리고 싶지 않았을까.

강진의 귀양살이 시절 그의 제자 황상이 스승에게 구했던 유인(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조용한 곳에 숨어 사는 사람)의 삶에 대해 답한 글에서도 나타나듯이.

 

   

  

산수도.jpg  

다산 정약용이 직접 그린 산수도.

 

 

 

땅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얻어야 한다. 강을 끼고 있는 산보다는 시내를 끼고 있는 산이 낫다. 동네 입구에는 반드시 가파른 암벽이 서 있어야 하고, 조금 들어가면 확 트여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 복된 땅이다. 지세가 모인 중앙지대에 초가집 서너 칸을 짓되, 나침반을 똑바로 하여 정남향으로 세운다. 집을 몹시 정교하게 치장한다. 순창에서 나는 설화지로 벽을 바르고, 도리 위에는 가로로 담묵 산수화를 걸며, 문에는 고목이나 대나무, 바위 그림을 걸거나 짧은 시를 써서 건다.

방 안에는 책시렁 두 개를 놓고 서적 천삼사백 권을 꽂는다. 주역집해, 모시소, 삼례원위를 포함하여, 고서, 명화, 산경, 지지에다가 역법서, 의약서, 군사 조련법과 군수물자 조달법, 그리고 초목과 금수, 어류의 계보와 농정수리의 학설, 기보, 금보 따위에 이르기까지 빠진 것 없이 골고루 갖춘다. 책상 위에는 논어한 권을 펼쳐놓고, 곁에는 화리목으로 만든 탁자를 놓아 도연명. 사령운. 두보. 한유. 소식. 육유의 시집, 그리고 중주악부, 열조시집따위를 몇 질 올려놓는다. 책상 아래에는 오동으로 만든 향로를 하나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옥유향 한 판을 피운다.

뜰 앞에는 높이가 몇 자인 향장을 하나 치고, 담 안에 갖가지 화분을 놓아둔다. 석류. 치자. 맨드라미 따위를 온갖 품종으로 갖추되 국화를 가장 많이 준비한다. 모름지기 마흔여덟 가지는 되어야 겨우 구색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뜰 오른편에 작은 연못을 파되, 사방 수십 걸음을 넘지 않을 정도로 한다. 연못에는 연꽃 몇십 포기를 심고 붕어를 기른다. 따로 대나무를 쪼개 홈통을 만들어 산의 물을 끌어다 연못에 대고, 넘치는 물은 담장 구멍을 통해 남새밭으로 흐르게 한다.

남새밭은 수면처럼 고르게 잘 갈아야 한다. 밭두둑을 네모반듯하게 구획해서 아욱. 배추. . 마늘 따위를 심되, 종류를 구별하여 서로 섞이지 않게 한다. 고무래를 사용하여 씨를 뿌리되, 싹이 날 때 알록달록 비단물결이 넘실대어야 남새밭이라고 부를 수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오이도 심고 고구마도 심는다. 남새밭 둘레에 장미 수천 그루를 심어 울타리로 삼는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때 남새밭을 둘러보러 나온 사람의 코를 짙은 향기가 찌를 것이다.

뜰의 왼편에 사립문을 세우고 흰 대나무를 엮어서 문짝을 만든다. 사립문 밖 산언덕을 따라 오십 걸음 남짓 가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곳에 초가 한 칸을 세우고 대나무로 난간을 만든다. 집 주위는 온통 숲이 무성하고 대나무가 쭉쭉 뻗어, 가지가 처마로 들어와도 꺾지 않고 그대로 둔다.

시내를 따라 백여 걸음 걸어가서 기름진 논을 수십 마지기 마련한다. 늦은 봄마다 지팡이를 끌고 밭두둑에 나가, 가지런히 파랗게 돋은 벼를 보면 푸른빛이 사람까지 물들여, 속세의 기운이 한 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일을 하지는 말라.

다시 시내를 따라 몇 걸음 더 가면 둘레가 오륙 리쯤 되는 큰 방죽을 만난다. 방죽 안은 온통 연꽃과 가시연으로 덮여 있다. 거룻배 한 척을 만들어서 띄워놓고, 달밤이면 시인 묵객들을 데리고 배를 띄운다. 퉁소를 불고 거문고를 타며 방죽을 따라 서너 바퀴 돌아 취해서 돌아온다.

방죽으로부터 몇 리를 가면 자그마한 절 한 채를 만난다. 절에는 이름난 승려 한 사람이 있어 참선도 하고 설법도 하는데, 시도 좋아하고 술도 거리낌 없이 마셔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다. 때때로 그와 더불어 오가며 세상에 나갈 욕심을 내지 않는다. 이렇게 사는 것이 즐겁다.

집 뒤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있어 용이 잡아당기고 범이 나꿔채는 형상을 하고 있다. 소나무 아래에는 흰 두루미 한 쌍이 서 있다. 소나무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동쪽으로 작은 남새밭 하나를 마련해 인삼. 도라지. 천궁. 당귀 따위를 심는다.

소나무 북쪽으로는 작은 사립문이 있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누에를 치는 세 칸짜리 잠실이 나오는데, 이곳에 잠박 일곱 단을 얹는다. 늘 정오에 차를 마시고나서는 잠실로 간다. 아내에게 송엽주를 따르게 하여 몇 잔 마신 뒤, 양잠법이 적힌 책을 가지고 누에를 목욕시키고 실을 잣는 방법을 아내에게 가르쳐주며, 서로 바라보고 싱긋 웃는다.

조정에서 나를 부르는 글이 이르렀다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지만 빙그레 웃을 뿐 나아가지 않는다.

이런 것이 바로 저 이괘 구이의 길함이다.

 

 

 

 

다산-초당.jpg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

 

 

조선 사대부적인 정서가 흠뻑 묻어나는 집안 배치나 서가의 책, 자연이 둘러싼 곳에서 조용히 살고자 했던 그가 그린 이상적 생활공간은 이와 같았다. 하지만 정조의 갑작스런 승하 이후 조정에서 부르는 왕의 칙명은 이제 없다. 그의 바람처럼 벗이 되는 아내도 곁에 있지 않다. 인생에 가장 원숙한 경지인 마흔의 나이, 신유사옥으로 죽음의 문턱을 간신히 벗어나 유배길에 올라 낡은 초당에서 18년간 매일 매일 일상을 보내면서 다산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키고자 했을까.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니,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낳는 이치는 동과 정, 음과 양이 서로 그 뿌리가 되는 것과 같다.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그 이치를 알아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이치를 살피고, 흥하고 망하는 운수를 헤아린다. 어떤 상황에 대응하면서 자기의 마음이 언제나 다른 무리의 마음과 서로 반대가 되도록 한다. 그러면 괴롭던 마음이 줄어들어 즐겁게 된다. 흔하면 비싸게 사들이고 귀하면 싸게 팔아서 물가를 항상 고르게 하는 경수창의 상평법처럼 한다. 이게 바로 괴로움과 즐거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내가 처음 강진 성안에 있을 때는 언제나 답답하여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산으로 옮겨 와 산 뒤로부터 안개와 노을을 마시고 꽃과 나무를 구경한 덕분에, 귀양살이 시름을 시원하게 잊어버렸다. 이게 바로 즐거움이 괴로움에서 나온 것이다.

얼마 뒤에 강진의 병마절도사 이중협이 우거진 숲 그윽한 시냇가로 나를 찾아왔다. 돌아간 뒤에도 날마다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조각배로 밀물을 타고 뱃놀이를 하거나, 한 마리 말을 타고 봄놀이를 즐기기 위해 찾아왔다.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자주 찾아왔는데, 이처럼 한 지가 3년이나 되었다.

그러다가 임기가 다 차서 이곳을 떠나게 되자, 술자리를 마련하여 내게 작별을 고했다. 이제부터는 종이나 먹이 있어도 누구와 더불어 글을 써서 주고받으랴. 앞으로도 말발굽 소리 울리면서 다산 골짜기로 나를 찾아올 사람이 있겠는가? 그걸 생각하니 서글프다. 이게 바로 괴로움이 즐거움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서 한강을 건너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 군도 그때 벼슬을 쉬게 되어 남주, 벽계 사이로 나를 다시 찾아와서 산나물과 생선회로 즐겁게 식탁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게 바로 괴로움에서 다시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 나의 벗이여 슬퍼 말게나.

우리 두 사람이 평소 바라던 것처럼 말을 타고 서로 왕래하게 된다면, 절제 없이 놀고 즐기다가 싫증나서 즐거운 줄도 모르게 될 것이다.

거센 여울과 잔잔한 물살이 서로 뒤섞여 물이 무늬를 이루고, 느리고 빠른 소리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이룬다. 나의 벗이여, 슬퍼 말게나.

이 군이 작별의 말을 써 달라고 해서 시 열 수를 지어 그 사실을 서술하고, 그 시첩 머리에다 이렇게 쓴다. <증별이중협우후시섭처>

 

 

 

 

다산-초당(다산글씨).jpg  

다산이 기거하면서 저술활동을 하던 곳.

"동암과 서암 두 초막을 짓고 천 여 권의 장서를 두고 저술을 하면서 비로소 재미를 느끼고 살았다."

자찬묘지명에 다산은 이렇게 기록했다. 현판은 다산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보정산방(추사체).jpg  

옛 화재로 불타버린 것을 추사의 서책에 나와 있는 보정산방 글귀를 크게 만들어 모각한 것.

실제로 추사가 존경의 의미로 다산을 기린 것으로 중국의 옹방강이 소동파를 귀히 여겨 보소寶蘇란 당호를 쓴 것에 착안, 보정산방에는 다산을 보배롭게 여긴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절망과 좌절만 가득한 참담한 현실에서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그 뿌리가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던 다산. 피나는 자기수양으로 조선 선비의 최종적 목표인 극기복례를 통해 자기를 극복하여 천인합일의 경지에 닿아 백성을 굽어보며 살뜰히 살피며 백성들의 버팀목이 되었던 그. 사암이라는 그의 호가 말해주듯 다음 세상을 기다리는 고독한 선비의 일상이 하늘의 도에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었음이 조선 후기 지성사를 빛낸 그의 오백 권의 다산학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와 남이 하나가 되어 사람과 자연과 하늘이 조화로운 사회.

천명을 받들듯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사회를 끊임없이 꿈꾸며 실현하였던 인간으로서 최고의 이상적인 선비상을 지켜낸 다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발자취가 마음깊이 선명한 사표師表로 남겨지는 이유이다.

 

 

 

천하 만물 가운데 지킬 것은 하나도 없지만, 오직 나만은 지켜야 한다. 내 밭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도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정원의 여러 가지 꽃나무나 과일나무들을 뽑아 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속에 깊이 박혔다. 내 책을 훔쳐 없앨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속에 깊이 박혔다. 내 책을 훔쳐 없앨 자가 있는가? 성현의 경전이 세상에 퍼져 물이나 불처럼 흔한데 누가 감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내 옷이나 양식을 훔쳐서 나를 옹색하게 하겠는가? 천하에 있는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에 있는 곡식이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 간대야 한두 개에 지나지 않을 테니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러니 천하 만물은 모두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직 나라는 것만은 잘 달아나서, 드나드는 데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다가도 잠시 살피지 않으면 어디든지 못 가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꾀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앙이 겁을 주어도 떠나간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며 눈썹이 새까맣고 이가 하얀 미인의 오염한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서 붙잡아 만류할 수가 없다. 그러니 천하에 나보다 더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묶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나를 굳게 지키지 않겠는가? <수오재守吾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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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TS 2014.07.21 22:20:42
    세한도 못지 않은 스피릿이 느껴지는
    산수화가 눈에 뜁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마음' 단속이 어렵나 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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