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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향한 부정父情 '매화쌍조도',

                           백성을 향한 부정父情 '화성설계'

 

 

 

 

 

 

매서운 소소리바람 문틈 사이로

 

서안書案에 드리운 홀연한 기운

 

고아한 매화향일까 서책의 문자향文字香일까

 

하늘 섬기듯 만백성 살뜰히 모시던

 

한 선비의 오랜 흔적들

 

적막한 어둠 헤치는 섬광은 마침내

 

그늘진 길 위에서 부대끼다 기억하곤 살아난다

 

담장 머리 밝은 달은 잊지 않았다

 

선비의 초상, 다산茶山

 

 

 

 

 

매조도.jpg  

-가경18(1813) 계유 714일 열수 늙은이는 다산의 동암에서 쓴다. 내가 강진서 귀양 산 지 여러 해가 지났다. 홍부인이 여섯 폭짜리 낡은 치마를 부쳐왔다. 세월이 오래되어 붉은 빛이 바랬기에 이를 잘라 네 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었고 그 나머지를 써서 작은 가리개로 만들어 딸에게 준다.

 

 

펄펄 나는 저 새가 내 뜰 매화에 쉬네 (翩翩飛鳥息我庭梅)

꽃다운 향기 매워 기꺼이 찾아왔지    (有烈其芳惠然其來)

머물러 지내면서 집안을 즐겁게 하렴 (爰止爰棲樂爾家室)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겠구나 (華之旣榮有其實)

 

 

매화나무 가지 위에 다정한 두 마리의 새 그림, 그리고 다정스런 시. 매화쌍조도梅花倂題圖.

52세의 정약용은 어린 딸이 시집간 이듬해, 딸의 혼인을 축하하며 결혼한 지 사십 년이 되어가는 부인의 헌 다홍 치마폭에 그림을 그리고 축시를 썼다.

천재 학자이자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되는 다산 정약용은 조선 후기 관료로서 활약하다가 그를 신임하던 정조 대왕이 승하하자 노론벽파의 견제로 긴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이 그림은 강진 유배 중에 보낸 것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 가족을 그리워하며 갓 혼인한 딸에 대한 애절한 부정이 가득 담겨있다. 부인 홍씨와는 63녀를 두었으나 단 21녀만 남게 되었는데 전문가의 유려한 솜씨는 아니지만 투박하지만 꼼꼼히 정성껏 묘사한 매화쌍조도에서 보여지듯이 자식에 대한 정이 참으로 애틋하고 각별하다.

 

 

 

정약용.jpg  

-조선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완성자이자 500여권의 저서를 낸 천재학자이자 개혁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위당 정인보는 조선의 역사를 알려면 다산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정치, 경제, 역사, 지리, 문화, 철학, 사상, 의약, 건축 등 조선의 온갖 사상과 학문이 다산의 학문 안에 담겨 있다는 뜻이다. 다산은 세계적으로도 존경받는 학자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인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베트남의 국부(나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호치민은 다산 정약용을 가장 존경하여 머리맡에 다산의 목민심서를 두고 공무원들의 필독서로 장려하고 다산의 제삿날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흠모했다고 한다.

 

 

다산은 일찍이 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小山蔽大山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라네. 遠近地不同

 

일곱 살이 되던 해 지은 위의 시를 보고 부친인 정재원은 그가 벌써 사물의 이치를 깨쳤다며 역법과 산수에 능통할 것이라며 감탄하였다. 벼슬에서 물러나 있던 부친에게 경전과 역사를 배우며 일 년 동안 이를 모방하여 지은 글이 키만큼 쌓일 정도였다고 하니 글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해왔던지 가히 짐작이 간다. 불과 열 살이 되던 해에 말이다.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 오른쪽 눈썹이 둘로 나뉘어 눈썹이 셋이라 삼미라 불린 그는 열 살 이전의 자작시를 모아 삼미집三眉集을 편찬할 정도로 출중했다.

 

후에 귀양살이를 하던 강진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 시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는데,

 

오늘날의 시는 마땅히 두보의 시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시인들의 시 가운데 두보의 시가 왕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경에 있는 시 300편의 의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경에 있는 시는 충신, 효자, 열녀, 진실한 벗들의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의 발로로서,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으며, 아름다움을 아름답다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그러한 뜻이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의 시를 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뜻이 세워지지 아니하고 학문은 설익고 삶의 대도를 아직 배우지 못하고 위정자를 도와 민중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가짐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시를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니, 너도 그 점에 힘쓰기 바란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그의 시에 대한 견해에도 보여 지듯이 나라 일을 할 때에도 항상 백성의 입장에서 그 고충을 생각하며 목민관, 즉 지방수령은 하늘의 뜻을 대행해야 한다고 설하며 목민심서를 남기고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경세유표,흠흠심서같은 저서를 남겼다.

 

다산은 63녀를 두었으나 42녀를 모두 천연두로 잃었다. 네 살 배기 아들을 천연두로 잃고 그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으로 1797마과회통이라는 천연두 퇴치 의학서를 저술하였다. 마진학의 최고봉이라 평가되고 있다.

 

 

그의 부친, 정재원이 역법과 산술에 능할 것이라 예견한 것처럼 정조 재위 시, 임금의 명을 받아 신도시 개념의 수원화성도면을 설계하며 화성 축조 시 필요한 거중기 등의 신식 기계 제작과 화성행차를 위해 한강에 배다리를 설계, 가설하는 등 국리민복을 위한 일에 그의 과학지식과 기술이 유감없이 쓰였다.

 

   

거중기.jpg

-정약용이 고안한 거중기. 1796년 수원성곽을 쌓는데 이용하였다. 

 

 

 

정조 대왕은 일찍이 다산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총애를 아끼지 않았으며 당시 명재상인 채제공과 함께 집집마다 부유하고 사람마다 화락한 이상적인 꿈의 도시 화성 축성을 계획한다.

정조는 화성 인근 물길을 트고 농장을 건설하기 위해 개인 재산인 내탕금까지 털고 주민들에게는 강제 노동과 세금을 면제해 주었을 뿐 아니라 상인이나 장인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주어 화성에 모여 살게 하였다. 이렇듯 정조가 건설하고 싶었던 도시는 일부 세도가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백성이 중심이 되는 이상도시였던 것이다.

 

민본사상에 입각하여 물류경제와 국제무역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시키려 했던 화성 축성은 10년 계획으로 시공에 들어갔으나 실로 놀랍게도 24개월 만에 그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례적으로 성곽 축조에 백성이 자원하려고 몰려들고 노임은 장인은 물론 노비들에게도 지급되어 우수한 기술과 노동력이 잘 발휘되었으며 정약용의 치밀한 축성 계획과 녹로와 거중기, 유형거와 같은 과학 기구를 사용으로 인명 피해를 적게 하고, 건축 기간을 줄일 뿐 아니라 비용까지 아꼈다고 한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화성행차.jpg  

-8개의 병풍 그림으로 그려진 화성행행도 팔첩병한강주교환어도

이렇게 화려한 왕의 행차가 한강을 건너갈 수 있는 다리는 당시 없었다.

왕의 행차 중 내려서 배를 타고 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배다리를 설계하는데 나라 소유의 배가 아니고 백성들의 배를 빌려 만든다. 이 대목에서 백성들이 임금을 얼마나 따랐는지 알 수 있다.

또 하나,

임금님 행차 때 임금님의 얼굴은커녕 땅바닥에 엎드려 숙여야했는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백성들이 앉아서 놀면서 임금님의 행차를 보고 있다. 임금님의 행차를, 행복을 주러 간다는 의미로 행행行幸 이라 불렀는데 왕실만의 잔치가 아니라, 백성들 모두 함께 즐기는 잔치였기 때문이다.

 

화성.jpg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의 이모저모  

 

화성정문-장안문.jpg-화성 정문인 장안문

 

 

조선 최고의 개혁 군주 정조는 천재학자인 정약용의 화성설계와 뛰어난 재상 채제공의 시공감독으로 이와 같은 기적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었고 조선의 르네상스로 불리울 정도로 조선 문화는 활짝 만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막강한 후원자였던 정조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가져온다. 왕의 총애만큼 반대파의 모함도 깊었던 정약용은 이후 뒤바뀐 벽파 정권 아래서 정치적 제거대상이 되어 천주학 사건인 신유사옥에 휩쓸려 목숨만 부지한 채 먼 유배생활로 접어든다.

 

다산은 묘지문에 이렇게 썼다.

 

어린 시절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이십 년간 속세를 헤매느라 다시는 선왕의 대도를 알지 못했더니, 바닷가로 귀양 온 뒤 이제야 틈을 얻었다지극히 총명한 선비가 지극히 곤궁한 처지에 빠진 후에야 경서의 올바른 뜻을 알게 된다

 

그의 말대로 길고 18년이라는 유배생활 중 방대한 저술을 하여 널리 읽히도록 하였다.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는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고, 일표一表와 이서二書는 전하와 국가를 위함이니, 본말本末이 갖추어졌다고 할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목민심서』『경세유표,흠흠심서는 위의 묘지명에 밝혔듯이 경세警世를 실천하는 길로 삼고자 하였다. 사암俟菴(당장은 안 쓰이더라도 다음 시대에는 다를 수 있으니 기다린다는 뜻)이라는 그의 또 다른 호에서 보여지듯이 늙고 관직에 나갈 수 없는 다산은 다음 세대를 기다리며 마지막까지 저작에 몰두했다.

 

 

 

성리학적 명분 사회였던 조선 시대에 왕도 정치와 덕치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이었던 선비.

학문으로는 경학과 역사를 학문의 중심으로 삼되 문장으로 표현했던 바, 을 전공으로 체득하였고 예술로는 시를 교양으로 체질화 하여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학예 일치를 이룬 이상적인 인간상.

성리학 이념을 실천하는 학인인 사의 단계에서 수기修己를 하여 치인治人하는 대부大夫의 단계로 나아가는 선비정신이야말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한 평생에 걸쳐 완성하였던 이상적인 인간형인 선비의 참모습이 아니었을까.

 

매화쌍조도에 나타나는 어린 딸을 향한 지극한 부정, 백성의 고충을 몸소 동일시하며 유배 중 남겼던 수백 권의 저작과 신개념 도시로 부국강병을 꿈꾸며 설계했던 백성의 어버이로서의 마음을 곳곳에 담았던 화성설계!

 

옳고 그른 일에 엄격하고 바른 잣대를 대며 굽히지 않는 절개에 나라는 백성의 부모라며 백성을 위한 땅, 백성을 위한 임금을 꿈꿨던 그의 인간에 대한 지극한 존중과 예의는 그 어느 선비가 따를 수 있을까.

 

 

 

시름겨워도 술은 아니 마시고

마시더라도 시는 아니 짓노라.

남쪽으로 난 고요한 창 아래

앉아서 보나니 꽃송이 한 가지.

 

18년 유배라는 길고 고된 시련과 시름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살피고 염려하며 500백 여 권의 저작을 통해 후대 역사 속에서 결코 지지 않을 나라와 백성을 위한 꽃 한 송이를 피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낡은 헌 치맛자락에 그린 서툰 솜씨의 매화꽃이지만 마음 찡하게 꿋꿋하고 아름다워 경외롭지 아니한가.

고난의 세월을 선비정신으로 승화시켜 자손만대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의 불굴의 성품처럼,

인간을 사랑하는 데서 비롯된 어버이의 지극한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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