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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천에 서린 겨레의 혼을 담다 : 전설이 된 그림, 금강전도[金剛全圖]

 

 

 

 

일만 이천 봉 삼라만상이 가지런히 모이더니

무변대한 금강전경이 한 폭에 펼쳐진다

천지조화 하늘빛도 단아한 먹색에서 시작하니

음과 양이 맞닿아 하나의 우주로세

선비의 높은 이상 어디메 찾으랴

예가 바로 꿈속의 선경(仙景)이 아니더냐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대상은 화가가 사랑하는 대상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 대상을 수없이 관찰하게 되고 좋아하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림으로 옮길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미 심상에 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림을 그리면서 또 마음속에 남게 된다.

모딜리아니의 대표적 초상화의 주인공은 그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모델이었던 잔느였고 김홍도의 풍속화의 평범한 서민들 또한 그가 사랑하는 조선의 선량한 백성들이었다. 당시 지체 높은 가문의 어른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무렵, 선하기 그지없는 백성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수없이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는 화가의 작품엔 단지 경물의 형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물의 윤곽, 질감, 중량감 뿐 아니라 고유한 표정과 냄새, 소리, 역사, 마음까지 담는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의 시초이자 완성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의 화제 중 뗄레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곳이 있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아이들도 익히 아는 전래동화지만 선녀가 목욕하러 내려온 곳이 어디라는 곳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겨레의 상징이자 민족이 혼이 서려있는 일만 이천 봉우리. 하늘에서 굽어 볼 때에도 빼어난 절경이 신기하고 놀라워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오던 곳, 수려하고 정기가 서린 금강산이 바로 나무꾼과 선녀의 무대이자 겸재와 인연이 있는 장소이다.

 

 

 

 

백천동s.jpg

[백천동] 정선(鄭敾)作 | 지본담채(紙本淡彩) 42.8 x 56 cm

금강산 내 경관 중 한 곳인 백천동.

입석모양의 큰 돌이 명경대이고, 그 아래에 있는 연못이 옥경담인데, 마치 큰 거울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수천 평 크기의 원형 연못이다. 물이 맑고 푸르러 바닥이 보인다고 한다.

혹시 이곳이 나무꾼과 선녀의 무대가 아닐까^^

 

 

금강산은 사시사철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흔히 알려진 금강산은 봄에 불리우는 이름이고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차가운 겨울에는 솟아오른 암봉이 드높이 드러내는 장관을 일컬어 개골산 불린다.

뿐만 아니라 시대를 거치면서 이름도 달라졌는데 봉래산이란 이름은 원래 신선사상의 봉래, 방장, 영주의 삼신산(三神山)의 봉래로, 불교 이전에는 신선이 산다는 선산(仙山)이라고 불리웠다고 하니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 선산이라는 명칭처럼 나무꾼과 선녀의 일화에서 보여지듯이 금강산은 하늘과 인연이 깊은 장소라 하겠다.

 

이와 관련 깊은 또 다른 전설도 있다.

그 옛날 이 세상을 만든 천제석(帝釋天)천주(天主):(하늘의 제석, 제석천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건국설화의 환인이 제석천이.)가 이 땅의 곳곳을 창조하고 마지막으로 온갖 심혈을 기울여 가장 빼어난 산새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막상 만들고 보니 너무나 수려하고 아름다워서 이내 근심에 쌓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수천 억겁의 세월이 흘러 또 다시 천지가 개벽 할텐데 이 아름다운 절경도 사라질까 두려워 솟아오른 암봉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산새가 사라지게 되면 그 구멍에 금실을 꿰어 하늘로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런 전설까지 생겼을까.

 

 

혈망봉.jpg  

[풍악내산총람도] 정선(鄭敾)作 | 견본채색(絹本彩色) 100.8 x 73.8cm

금강산에 있는 혈망봉이라는 암봉에 뚫린 큰 구멍이 바로 그것이다.

이 그림은 [풍악내산총람도]의 일부이다.

 

 

만물을 지으신 천주도 아까워했다는 산, 신선들도 넋을 잃고 땅의 사람이 되었다는 전설을 남긴 금강산은 불교의 성지로 중국과 일본에까지 알려져 조선을 방문한 사신들이 금강산 유람을 염원했다고 한다.

願生高麗國 親見金剛山”(고려에 태어나서 금강산 한번 보았으면)

이라는 시가 중국에 남겨질 정도였다고 하니. 이 시에 관해서는 천여 년 전 적벽부를 지어 천하의 명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소동파의 걸작이라는 설이 있다.

 

 

겸재의 진경산수화가 유행하면서 너도나도 금강산 그림을 원해서 발로 밟아서 두루두루 다녀 본다 하더라도 어찌 베갯머리에서 이 그림을 마음껏 보는 것과 같겠는가라는 구절이 <금강정도> 제시에 등장하기까지 했으니 이는 실경을 압도하는 금강산의 웅대한 전경과 대담한 구성, 기운 찬 기세와 장관을 감동적으로 표현한 실로 진경산수화의 자긍심이었다.

 

이처럼 겸재=금강산으로 등식이 성립되는 또 하나의 사건은 금강산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의 화명이 드날리기 시작했다는 것.

 

36세 되던 1711년 그의 평생의 벗이었던 사천 이병연의 주선으로 처음으로 금강산 길에 오르게 된다. 당시 사천은 금강산 초입인 김화에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금강산 여행길에 겸재를 초대한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신묘년 풍악도첩>에 남긴 겸재는 우리 산천을 그림으로 남기는 진경산수화의 실마리를 잡게 되어 그 이듬해에도 이병연과 금강산에 다시 오르게 된다.

 

앞에서 소개했다시피 겸재는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중국의 성리학의 영향으로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많은 부분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권 하에 있었다. 그런데 16세기부터 우리 고유의 색깔과 정신을 찾아가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여 학문적으로는 대학자인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를 거쳐 전혀 다른 모습의 조선의 성리학이 정립 된다. 이에 문화, 예술에서도 그와 같은 반향이 일어나게 되는데 문학에서 정철의 한글 가사, 최립의 한국한문학이 서예에서는 한호의 석봉체가 그것이다.

 

 

17세기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와 끝까지 대항하자는 북벌론이 대두되면서 이를 주장한 김상헌의 후손 김창협, 김창흡 등 노론 문인들이 중심이 되어 [백악사단]을 형성한다. 백악산 기슭에 살았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백악사단]은 조선 중화주의를 표방한 우리만의 문화를 완성하려는 시도로 시와 그림에서 진경문화 바람이 일어난다.

[백악사단]의 일원이었던 김창협에게 사사받으며  겸재는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의 평생지기 사천 이병연이 진경시로 읊으면서 시와 그림에서도 조선의 고유한 문화가 완성되기 시작한다.

조선 후기 미술계를 풍미했던 겸재(謙齋) 정선(鄭歚),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과 함께 삼재(三齋)로 불리던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은 이렇게 평가했다.

나는 살아생전 이미 조선 3백 년 역사상 이와 같은 그림은 볼 수 없다.”

 

천부의 자질을 타고나서 그를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환경을 만나게 되었으니 무엇을 주저할 필요가 있겠는가... 북방화법의 근간인 필묘筆猫와 남방화법의 기본인 묵묘墨猫가 음양대비의 자연섭리에 따라 한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게 한 화면 구성법이나 임리淋漓한 묵법과 강경한 선묘가 보이는 뛰어난 필묵법에서 가히 남북화법이 이상적으로 조화되는 그 첫 성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니 이는 고전을 바탕으로 한 대담한 창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완수 겸재 정선 연구’,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에서

 

겸재는 진경산수화를 창시하고 유행시키고 후대에 김홍도가 서양화법을 수용하면서 사실성과 객관성, 친밀성을 부각시켜 다시 한 번 완성시킨다. 한민족의 정신과 예술혼, 우리고유의 참 가치를 회복하려던 화단의 두 거장이 뒤에는 영조와 정조라는 막강한 후원자가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외척의 세도정치가 심해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서 애석하게도 진경산수화도 국력과 함께 쇠퇴하게 된다.

 

 

단발령망금강.jpg   

[ 해악전신첩海岳傳神帖-단발령망금강] 정선(鄭敾)作 | 견본담채(絹本淡彩) 32.2 x 24.4cm

한양에서 금강산을 갈 때 거쳐야 하는 고개로 이름 그대로 이곳에 오는 사람마다 머리를 깎고 중이 되고자 했다라고 해서 단발령이다. 금강산 승람(勝覽)의 초입 부분에 있는 이 고개에 서면 금강산의 위용과 수려한 장관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고 수도를 하고 싶어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압구정.jpg     

[압구정] 정선(鄭敾)作 | 견본담채(絹本淡彩) 31.5 x 20.3 cm

그는 명문들이 사는 한양진경 곳곳도 화폭에 남겼는데 이곳이 로데오 거리로 유명한 압구정의 250년 전 모습이다. 옛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의 모든 선비들이 일생에 한 번 오르기를 소망하던 금강산이었건만 평생 세 번을 오르고 그의 혼신의 작품으로 남겨진 금강전도.

한 마리 새가 하늘을 높이 날며 광대한 일만이천 봉을 마치 한 눈에 내려다보듯 그렸다는 겸재다운 과감한 부감법의 구도.

과연 59세 그의 손끝에서 진경산수화의 기념비적인 대작이 드디어 탄생한다.

 

 

 

금강전도s.jpg  

[금강전도] 정선(鄭敾)作 | 지본담채(紙本淡彩) 130.7 x 59cm

후대의 겸재의 영향을 받은 김홍도 또한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사군첩]을 남긴다.

 

 

과연 그 안에는 한민족의 저력,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하늘로 솟구치는 기상이 뿜어져 나온다. 비록 작고 약소한 나라처럼 보이지만 조선의 자긍심이 드러나는 빛나는 문화유산이 아닌가.

신운(神韻)이 감돈다는 <금강전도>!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빛나는 금강의 봉우리들은 북종화와 남종화의 기법을 모조리 습득하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경지로 승화시킨다. 뾰족한 바위산은 서릿발 준법인 수직준, 숲이 울창한 흙산은 미가운산법을 사용하면서 [주역]의 대가답게 그림 속에 대담하게 우주의 이치를 구현하더니 바위는 양, 흙산은 음이 되어 음양대비를 이루면서 음과 양을 태극으로 형상화하여 겨레의 명산을 하나의 거대한 우주에 접속시킨다.

 

그의 붓끝에서 다시 생명을 받은 <금강전도>

22년 동안 마음에 품고 전국 방방곡곡을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다가 마음속의 금강산을 <금강전도>로 완성하고 72세 노년에 금강산에 다시 섰던 그, 그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마침내 보았던 조국산천에 깃든 기상,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겸허한 마음으로 <금강전도> 앞에 서서 그의 발자취가 만들어간 또 다른 전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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