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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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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애빌 공동체에 사는 이쁜 친구가

 <제 8회 문예감성 신인상 공모전에서 신인상(수필시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좋은 글 함께 감상하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농심보감 (農心寶鑑)

 

- 변그린

 

2년 전, 나는 귀촌을 했다.

시골에 오니 해보지 않은 것 투성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자연에 대해서 무지하다.

하지만 괜찮다. 모르는 건 마을 어르신들께 여쭤 보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르신들 하실 때 잘 보고 따라서 해보는 것이다.

시골에 왔으니 내가 먹을거리는 직접 수확하리라.

밭도 조금 있고, 빌린 논도 부쳐서 초보 농사가 시작되었다.

기후가 온난한 남쪽 땅이라 토질이 좋다.

밭으로 쓸 땅이 몇 년간 내버려둔 곳이라 우선 땅을 골랐다.

농기계가 위 아래로 밀고 지나간 자리에 크고 작은 돌들이 수두룩하다.

흙을 뒤집어엎었으니 잠들었던 땅이 아마 놀랬을 것이다.

큰 돌은 기계로 치우고, 자잘한 돌들은 쟁기질해서 골라냈다.

촉촉한 흙 향이 물씬 피어올라 초보 농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거름도 가져다 섞으니 창백했던 흙이 제법 건강해 보였다.

뭐든 심으면 다 날 것 같았다.

, 배추, 당근, 상추, 치커리, 감자, 오이, 호박, 가지 오색 채소 심고

집 주변에는 꽃과 과실수를 심었다.

아직 싹도 안 올라왔는데 잠자리에 들 때마다

잭과 콩나무같은 마법을 상상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밭 반대쪽에는 경사가 완만한 땅이 있었다.

여기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산책길을 만들었다.

달팽이 모양처럼 안으로 말려들어갔다가 나오게 길을 냈다.

지리산 둘레길도 제주도 올레길도 부럽지 않은 산책길이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 길을 걸을 때는 신발도 양말도 벗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길을 맨발걷기 명상길이라고 명명했다.

신발은 벗고 양말 신고 걷는 것과 다 벗고 맨발로 걷는 것은 상상 이상의 차이가 있다.

흙을 손으로 만지는 것과 맨발로 땅을 밟는 것도 역시 다르다.

전해지는 느낌이 다른 것이다.

 

맨발걷기는 인체에 흐르는 자기장과 지구 대지의 자기장의 만남이다.

그동안 신발과 양말의 보호를 받으며 꽁꽁 싸매고 있던 발이

땅과 접촉하는 순간 전기가 통하는 짜릿함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모래의 감촉이 한 알 한 알 발가락과 발바닥에 느껴지며 현대화된 인간을 해체시켜버린다.

 

나는 장화신고 밭에서 농사지을 때보다 명상길을 걸으면서 땅과 한층 더 친해졌다.

땅과의 접촉은 현대인에서 자연인으로의 회귀이다.

콘크리트 상자에 살며, 좋은 신발을 신고 아스팔트 바닥을 바삐 걸어 다니는 현대인들은

절연체가 되어 지구와 통신이 두절되었다.

우리는 지구인일까? 아니면 지구 안의 부유물체일까?

 

명상길은 말 그대로 사색과 명상을 위한 길이다.

땅농사를 지으면서 나는 내 마음밭도 돌아보게 되었다.

땅농사를 짓는 것과 마음농사를 짓는 것은 닮아 있다.

밭을 돌아보며 시들한 곳은 없는지, 시들하면 왜 시들한지

물과 양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잡초가 너무 많이 자라지는 않았는지

밤새 비바람에 꺾이지는 않았는지

겨울에는 추워 얼지 않았는지, 여름에는 메마르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살피듯이 마음밭도 살펴본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없는지, 걸리면 왜 걸리는지

넘치는 것과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세파에 시달려 지치지는 않았는지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주거나 받았다면 왜인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각종 공해에 물든 검은 땅의 도시를 떠나

사시사철 싱그러운 자연과 살아 숨 쉬는 땅으로 돌아온 뒤부터

내 마음은 많은 안정과 여유를 찾았다.

무릇 친해지려는 대상이 있다면 그 대상과 연애를 해봐야 된다.

농사를 지을 땐 자연이 나의 연애 대상이다.

사랑하는 이에 대해 알고 싶고, 이해하면서 하나 되듯이

자연을 알아가고 교감하고 하나 되는 것이 자연과의 연애 방법이다.

자연에 대한 이 연애감정을 나는 농심(農心)’이라 부르련다.

농사도 자연의 천지조화를 알아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밭을 볼 때 필요한 마음자세가 있는데 이것은 명심(明心)’이다.

마음의 장막을 거두고 후미져 어두운 곳을 밝고 쾌활히 하는 것이다.

마음은 들여다보지 않으면 자꾸 가려진다.

삿된 욕망과 오욕칠정이 덧대어져 본래의 천진한 마음을 덮는다.

그게 쌓이고 쌓일수록 헤어나기가 힘들어진다.

내 마음인데도 내가 모를 때가 많다.

이 마음을 알고, 사랑할 때 다른 사람과의 소통도 원만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밭에 세 가지 나무를 심었다.

의지의 나무, 사랑의 나무, 지혜의 나무이다.

이 나무들을 잘 가꾸고 싶어서 마음밭에 자주 간다.

무엇이 내 마음의 나무들을 잘 자라게 할까?

식물에게는 빛과 물, 거름, 제초가 때맞춰 필요하듯이 마음의 나무에도 양분이 필요하다.

마음의 양분은 칭찬, 유머, 감동, 인내와 같이 훌륭한 것에만 있지 않다.

고해의 인생, 즉 삶의 모든 것이 마음을 키워낸다.

식물에게 늘 좋은 환경을 조성해준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거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강한 생명력을 북돋아 자라는 것을 보았다.

! 의지와 사랑과 지혜도 이처럼 자란다.

때론 죽고 싶을 만큼 우울과 고통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통과해 살아남았지 않은가.

이제 생존에 그치지 않고, 마음을 맑고 밝게 가꾸어 가리다.

그러니 농심(農心)이 명심(明心)이고, 명심이 농심이다.

 

 

 

 

변그린.jpg 

작가 변그린

문예감성 신인상 공모전에 신인상(수필시인상) 수상

 

몇 년 전 뜻한 바 있어 고흥 선애빌로 귀촌,

자연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는

글작업을 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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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jpg

 


  • ?
    홈페이지 우주랑 2014.07.15 08:59:51
    잔잔하면서도 진솔한 글입니다. 담백하다는 심사평처럼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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