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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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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에서 보름간 있었던 선애학교의 보름간의 집짓기 집중수업을 마치고
어제 기대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감흥에 아직 젖어있어요.

 

 

2008년 어느 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맨날 초등학교에 출근해서
'도국수사과음미실체영'를 가르치며
이런 과목들이 정말 중요한 공부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틀에 박힌 학과목보다 인생에 정말 중요한 가치들이 있을텐데.
애들한테도 그런 거를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고작 교과서에 있는 것들만 가르치며
시험점수 미달 된 애들 나머지 공부 시키고...
그런 하루하루라니... 하면서 제가 하는 일이 도무지 가치 있게 느껴지지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진심이었습니다.

 

 

교과서, 껍데기 지식 그런 것 말고
마음과 마음으로 하는 어떤 교육을 갈구하기도 했었고
그렇지 못한 교육 현실, 교육 시스템에 절망했기에
가르치는 일을 아주... 재미없어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만큼만 하다가
그 다음해 시어머님 간병을 핑계로 휴직을 해버렸지요.
도저히 그렇게 살고싶지가 않아서였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공동체 마을의 대안학교의 안내자가 되었습니다.
선애학교를 시작한 1년, 2년 정말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바로 직전 집짓기 집중수업도 전쟁같은 날들이었죠.
하루하루 날씨에 민감하게 촉을 세우고
애들 상태에 촉을 세우고
지어지는 집에 대해 촉을 세우고 지낸 2주.

 

 

그리고 오늘, 5년전 학교를 그만둘때
정말 인생에 훌륭한 결정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중수업을 돌아봅니다.
2주만에 집을 짓는다는 다소 무모한 설정
선애학교를 조금은 이해하고 있는 친구들과 아주 생판 초짜인 친구까지.
안내자와 마을 어른부터 외부 강사까지.
통째로 한 장 안에 있던 날들.

 

 

집중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영암에 내려갔던 첫 날부터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그것이 단지 집짓는 집중수업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집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어요.
거의 다 지어졌을 때 벽 한 쪽이 무너졌습니다.
애써 집을 지었지만 한순간에 벽이 무너진 날,
아이들 뿐 아니라 저도 너무 크게 상심하여 저녁 6시까지 잠만 자기도 했습니다.

 

 

하. 지. 만.

 

돌아보면 너무나 많은 배움이, 너무나 많은 손길과 배려가, 사랑이
그 곳 안에 가득했음을 느낍니다.
이 느낌을 말로 다 표현하기란....

 

 

처음에는 '집을 왜 지어요, 집 짓기 싫어요' 하고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친구들이
집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새벽 다섯시에 깨우지도 않았는데 집 지으러 나올 때,
보은캠퍼스에서는 물론 집짓는 기간에도 아프다, 어떻다는 이유로 잠만 자던 종민이가
집을 완성하겠다고 영암에 남겠다 했을 때,
게임하고 담배만 피우는 줄 알았던 친구들이
그들 속의 진화 욕구를 언뜻언뜻 내비칠 때,
오토바이도 타고, 속 좀 썩이던 00가 갑자기 자기 안내자 하고 싶다고, 해도 되냐고 물을 때.
깨워도 깨워도 나오지 않던 아이들이 스스로 나오거나
또는 안나와서 깨우러 가면 '갈게요' 하고 선한 눈으로 말할 때
나의 이야기를 친구들이 들어 수용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내가 들어 수용하며
진실한 대화가 통할 때,
좀 놀던 동생에게는 좀 놀던 형이 아주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일때,
무너진 집이 꼭 자기같아서 이 집을 완성하고야 말겠다는 친구의 의지를 볼때
강사 선생님이 '집이 무너진 것은 집에 대해 내 욕심이 들어갔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실 때,
또,... 나 또한 집중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내가 갖고있던 장벽 하나를 넘고,
껍데기 하나 벗겨졌다 느낄 때
더 열거하라면 더 할 수 있을 만큼 만은 관계와 배움과 그 안에서 함께 하던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느껴요.
안내자에게는 안내자에게 적합한 배움으로
높은 성취를 보이는 친구에게는 그에 적합한 배움으로
학교 자체에 부적응한 친구에게는 그에 맞는 인연 맺어짐과
마을에는 또 그에 적절히 필요한 자극으로
외부인에게도 그에게 딱 필요한 자극과 배움으로
말할 수 없이 빈틈없는 사랑의 그물망에 있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선애학교에서 진행되는 집중수업.
누구나 인생에서 어떤 고난을 통해 그 어려움의 턱을 넘고 넘게 하셨던 것처럼
선애학교 학생들은 집중수업이라는 계기를 통해 점프, 점프, 점프하며 성장합니다.
그에 깊이 들어갈 수록 더 멀리 점프합니다.
그건 안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허덕허덕 거리면서 안내자랍시고 학생들을 안내하는 저에게서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학생들과 눈 맞춰가며 대화하는 제 모습에서
또 학생들이 갖고 있던 습관 하나, 마음 하나 바꾸며 부드러워지고 이뻐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예뻐하는 제 모습에서
아... 이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정작 인생에 중요한 일을 나도 배우면서 아이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다운 선생님이 되겠구나 싶어집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전한 배움의 장 집중교육을 마치고 말입니다.

 

 

꽤 오랫동안,
저의 자리에 대해 방황하고 찾았는데 지금의
저의 자리가 가장 좋군요.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진실한 마음으로 받아주는 어린 친구들과 만나는 일,
몇 달만에 한 번씩 다른 캠퍼스에 있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엄청나게 바뀌어 있는 친구들을 볼 수 있는 행복

(어른보다 훨씬 말랑말랑하고 훨씬 변화의 속도가 빨라요)
그것을 지켜보며 저도 껑충껑충 함께 뛸 수 있는 이 자리...

나의 역할에 감사함이 넘쳐납니다.

 

 

의무나 짐, 때로는 책임감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고 배우고 행할 도구로 선물같이 주어진 저의 역할, 저의 자리
그 선물을 이제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비록 우리들의 집은 허물어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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